완연한 봄이다. 날씨 좋고, 기분 좋고, 모든 것이 다 좋은 듯한 봄이지만 여름이나 겨울보다 건강면에서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점이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봄이 되면 생각나는 황사, 꽃가루, 알레르기, 자외선, 피부건조 등과 함께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춘곤증이라는 계절병이다. <br><br>봄과 함께 몸이 나른하고 피로감을 느끼는 춘곤증은 시기적으로 2월 하순부터 4월 하순 사이에 많이 나타난다. 주요 증상으로는 피로감, 졸음,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이 많고, 겨울동안 운동이 부족하고 피로가 누적된 사람, 저혈압이나 빈혈이 있는 경우 좀 더 심하게 나타난다. 또한 소화기가 약하고 추위를 잘 타는 사람,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 외부환경에 대한 신체의 적응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주로 잘 걸리게 되는데, 누구나 특히 점심식사를 끝낸 오후 시간에 졸음이 쏟아지는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br> <br>춘곤증의 주요 원인은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등 외부환경의 변화에 생체리듬이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인류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는 증상이다. 인간이 음식의 부족함 없이 살 수 있게 된 것은 겨우 50년 정도에 불과하다. 수십 만 년 동안 인간은 추운 겨울을 견디면서 봄을 기다려야 했는데, 겨울은 음식의 부족뿐만 아니라 태양광선의 각도가 낮아서 햇볕도 약하고 공기 중의 산소, 자외선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비타민을 공급해줄 신선한 야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다. <br><br>긴 겨울을 지낸 후 따뜻한 봄이 되어 활동량이 늘어나는 계절이 시작되었지만, 체내의 영양분과 에너지는 고갈된 상태일 수 밖에 없으므로 우리 선조들은 춘곤증을 힘들게 겪었을 것이 분명하다. 영양소의 결핍은 내분비선의 균형을 깨뜨리게 되고 면역기능이 떨어지게 되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침투에 취약해져서 감염률이 높아지고 숨어 있던 질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br><br>요즈음은 비닐하우스 재배기술로 사계절 신선한 채소를 구할 수 있고, 비행기 수송 덕분에 지구상의 어떤 음식도 원하면 맛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춘곤증을 탈출할 수 있는 조건을 많이 갖추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우리 몸의 유전자는 봄기운과 함께 영양가 있는 건강식을 기다리게 된다. 겨우내 떨어진 면역 기능 회복을 위하여 꼭 필요한 음식을 추천하라면 다음의 다섯가지 종류면 충분하다. <br><br>1. 붉은색 고기 <br>2. 고구마<br>3. 버섯<br>4. 차<br>5. 요쿠르트 <br><br>붉은 색 고기는 아연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임파구를 많이 만들어주는데, 붉은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닭고기나 바닷가 생선도 모두 괜찮다. 고구마는 토마토, 붉은 고추, 당근처럼 피부에 좋은 비타민 A를 다량 포함하고 있는데, 피부가 건강해지면 피부쪽으로 침투해 오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방어해 준다. 버섯은 백혈구의 기능을 강화시켜준다. 홍차 녹차 등의 차는 하루 한 잔만 마셔도 과일이나 야채보다 많은 항산화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다. 요쿠르트는 면역뿐만 아니라 소화작용도 도와주는데, 항생제 복용으로 감소된 장내 유효균을 회복시켜서 우리 몸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br><br>봄은 자연히 활동량이 늘어나는 계절이지만 취직, 입학, 인사이동 등 신상변화가 많아 일의 형태와 내용, 휴식시간 등이 바뀌는 때이므로 적응을 위한 신체적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몸이 피곤해지기 쉽다. 몸이 피곤하면 마음도 약해져서 체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고 우울증이나 무기력감이 생길 수 있으므로 몸을 펴고 늘려주는 스트레칭, 체조, 산보 등의 간단한 운동을 병행하면 좋다. 겨울철엔 태양광선이 약한데다가 두껍고 긴 옷을 입고 생활하기 때문에 부족해진 비타민 D를 일광욕을 통해 보충해줄 필요가 있다. 따뜻한 봄볕에 탈의를 하고 하루 10분이나 15분간 햇볕이 몸에 많이 비추어질 수 있도록 하면 겨울동안 약해졌던 뼈도 튼튼해지고 마음도 밝아질 것이다. <br><br>또 하나, 춘곤증을 이기기 위한 좋은 방법중의 하나는 숙면을 취함으로써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밤잠을 충분히 자기 위해 평상시 수면시간 을 지켰는지, 스트레스, 업무 걱정 등으로 밤잠을 설치지 않았는지 등을 체크해 봐야 한다. 숙면을 위해서는 흡연, 음주, 낮잠, 카페인 음료, 취침 전 운동 등 숙면 방해요인들 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녁 운동 후에 잠을 설치는 체질이라면 아침운동으로 시간대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br> <br>춘곤증은 3, 4월경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시적이고 자연스런 증상이지만, 잠복해 있던 다른 질병과 더불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피로감과 함께 다른 증상이 나타날 때는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별한 원인 없이 6주 이상 계속 피곤한 경우, 휴식을 취해도 피로 회복이 안되는 경우,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라면 의사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피로감이 함께 오는 대표적인 질환은 감기, 결핵, B형 간염, 지방간, 갑상선 질환, 당뇨병, 고혈압, 심한 빈혈 등이다. <br><br>모든 겅강법과 마찬가지로 춘곤증도 적당한 운동, 규칙적이고 균형있는 식사,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식품의 섭취, 적절한 스트레스 콘트롤, 여유 있는 마음가짐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 <br><br>서은경 생생한의원 원장 (www.diet.co.kr)<br>